육아

마시멜로우 실험을 통해 본 인간의 성공의 조건; 자기통제력은 정말 중요할까? ②

NirvanaLee 2018. 5. 10. 19:08

그런데 마시멜로 실험이 정말 자기통제력과 성공에 대한 관련성을 증명하기 위해 잘 구성된 실험이었을까?

마시멜로 실험은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았습니다. 재미있고, 말하기 쉽고, 단순하며, 복잡한 사회 심리적 문제인성공하는 사람들의 특성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단순한 공식으로 환원시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당겼습니다. 마시멜로우 실험은 성공=인내라는 간단한 명제를 사람들에게 제시했습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보여주었습니다. 게다가 이 공식을 증명한 것은 그리스의 철학자나 목사, 변호사가 아니라 현대인이 강하게 신뢰하는 과학, 그리고 과학자였다는 것입니다.

이 실험의 더욱 놀라운 점은 우리의 성공에 대한 믿음과 편견이 얼마나 거대한가를 알려주는 일화라는 것입니다. 또한 사람들은 정말 보고싶은 부분을 보는 경향이 많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끼게 되었고, 처음 사람들의 뇌리에 박힌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도 보여주는 실험이었습니다.

이 실험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미셸의 1차 실험은 653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실시됐고 실험 대상자들은 모두 스탠퍼드 캠퍼스 내 빙너스 스쿨(Bing Nursery School)에 재학 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빙너스 스쿨은 교수와 대학원생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로, 한마디로 그들은 동질적인 집단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더욱 들어가 보자면 미셸의 1차 실험은 본래 장기적인 결과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 아니었으며 처음부터 2차 실험은 예정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실험이 끝나고 연구결과를 정리한 뒤에 그는 딸아이에게서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시멜로우 실험에서 기다리지 못하고 바로 마시멜로우를 먹어버렸던 친구들이 학교 안팎에서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미셸은 이런 사실에 일정한 패턴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다시 연구에 착수했고, 15년이라는 긴 시간에 거친 추적 연구를 통한 종단연구법의 결과로 마시멜로 연구를 비로소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더 들어가 보면, 2차 실험은 1980년대에 실시되었으며, 미셸은 1차 실험에 참여했던 학생 653명 붕 185명을 수소문해 모집했고 SAT 성적을 제출한 사람은 94명에 불과했습니다. 미셸은 참가 학생을 계속 추적해 2011 3차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3차 연구는 이제 40대에 도달한 1차 연구 참가자 중 소수를 모집해욕망을 억누를 줄 아는 아이그렇지 못한 아이간의 뇌 활성 차이를 입증하는 것에는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뇌 활성 차이란 인간이 선택을 좌우하는 여러 가지 요인 중 하나일 뿐입니다. 2013년 로체스터 대학교의 홀리 팔메리와 리처드 애슬린은 1월 코그니션(Cognition)에 합리적 간식 먹기(Rational Snacking)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논문에서, 미셸의 결론을 뒤집었습니다.

그들에 의하면 “첫 번째 마시멜로를 빨리 먹은 아이들 중 일부는 참을성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나중에 돌아오면 하나를 더 주겠다는 연구원의 말을 의심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들은 “불안정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먹는 것이 남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이야기하며,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일수록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고 기대하며 좀 더 오래 기다리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시멜로우 실험의 인내심 이면에 있던 문제; 신뢰

마시멜로처럼 두뇌가 스펀지 같은 시절인 네 살 정도 아이들의 실험 결과 이후에도 다른 설명이 보태지는 연구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마시멜로우를 눈앞에 두고 기다릴 수 있는 아이와 기다릴 수 없는 아이를 만드는 요소는 무엇일까에 대한 가능성을 찾아보려는 것이었습니다.

미국 로체스터대학의 인지과학자 키드(Celests Kidd) 연구팀은 세 살 에서 다섯 살 사이 아이 스물여덟 명에게 컵을 꾸미는 미술 활동을 할 것이라 설명하고 크레파스가 놓인 책상에 앉게 했습니다. 그리고 조금만 기다리면 책상에 놓인 크레파스 외에 색종이와 찰흙을 줄 테니 기다리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몇 분 뒤, 열네 명의 아이들에게는 색종이와 찰흙을 주었고 나머지 열네 명의 아이들에게는 색종이와 찰흙이 없다며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크레파스 이외의 미술 재료를 받은 아이들은 약속을 지킨 신뢰라는 환경을 경험한 아이들이 되었으며, 재료를 받지 못한 아이들은 깨진 신뢰(비신뢰) 환경을 경험한 아이들이 되도록 실험을 조작한 것입니다.

그리고나서 이 두 그룹의 아이들에게 고전적인 마시멜로우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신뢰 환경을 경험했던 아이들은 평균 12분을 넘게 기다렸고, 열네 명의 아이들 중 아홉 명에 해당하는(절반이 넘는) 아이들이 다시 선생님이 올 때까지 마시멜로우를 먹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반면, 비신뢰 환경을 경험한 아이들은 평균 3분을 기다렸고, 끝까지 기다리고 먹지 않은 아이는 단 한 명이었습니다.

선생님의 행동을 믿을 수 있다는 이전의 경험이, 평생의 성공적인 삶을 좌우한다는 마시멜로우 실험을 노련하게 통과할 수 있게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설명도 가능합니다. 마시멜로우를 망설임없이 입에 넣어버린 아이들이 정말 통제력이 부족한 아이들인 것인가에 대한 내용입니다. 아이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참고 기다리면 마시멜로우를 두 개 줄 것이라는 선생님의 말은 진실일까?’, ‘선생님의 말이 보장된 확증도 없는없 기다리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그들에게는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을 때 맛있게 먹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린 아이들이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무려 15분 넘는 시간을 기다릴 수 있게 하는 절제력과 통제력에는 이를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어른과 사회가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인내를 발휘했을 때 그 보상이 올 것이라는 확신 말입니다.

 

참을성 하나로 한 인생의 성공가능성을 판가름 할 수 있을까?

마시멜로우 실험은 그 자체가 큰 유혹이었습니다. 만약 엄마나 아빠가 혹은 누군가가 아이들을 한 방에 앉혀 놓고 마시멜로우를 준 다음, 15분 후에 돌아와 그 아이의 SAT 성적을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점집에 가서 복채를 내고 자신의 미래의 성공을 예측하는 것과 사실 다를 바가 없습니다. 성공 가능성을 간단하게 측정할 수 있는데 굳이 비싼 돈을 들여 내 아이를 사립학교, SAT 학원, 대입학원에 보낼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요즘은 초등학생부터 과학고 보내야 한다고 미국에 유학을 보내야 한다고, 이 아이는 특별한 아이라고 과외에 학원에 정말 많은 것을 시킵니다.

어린이들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참을성, 인내심이 그들의 미래를 성공으로 이끈다라는 생각은 너무나 부모님들에게 매력적입니다. 상당히 동질적인 집단에 속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얻은 결론일지라도 그것을 모든 어린이에게 적용될 것이라는 생각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또한 매년 바뀌는 교육 정책을 겪고있는 아이들과 그 부모님들에게 있어서는 그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설사 마시멜로 실험이 매우 정확하고, 또 광범위한 표본 연구에서 타당한 것으로 밝혀지더라도(현재 연구가 진행중이라는 가정 하에, 그리고 수십년 후에) 참을성이라는 것은 인생을 결정하는 수많은 요인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열악한 건강, 불우한 가정환경, 지적 능력 부족과 같은 상황에 직면해 있는 어린이들의 경우, 참을성 하나만으로 성공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셸의 실험은 실패고, ‘인내=성공이라는 공식은 가치를 잃었을까?

미셸의 실험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논점이 왜곡되지만 않았다면 그의 실험은 지적으로 충분히 매력적인 것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차 실험을 시작할 때 그의 의도는참을성 있는 어린이와 그렇지 않은 어린이의 심리를 이해하고 교육을 통해 인내력을 기르는 방법은 없을지를 연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했던 실험의 결과와 내용과는 그 내용이 많이 다릅니다. 그리고 그가 내린 결론은어린이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릴 방법을 이용한다면 어린이들의 참을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부 어린이들은 스스로 욕망을 억제하는 방법을 찾아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그들은 책상을 발로 걷어차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행동으로 마시멜로우의 유혹을 이겨냈던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들은 연구진이 그들에게마시멜로우는 흰구름이다.’라는 등의 생각을 하게 하니, 연구자가 돌아오기 전까지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셸은 단순한 사회과학 실험으로 복잡한 인간행동을 설명하고자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마시멜로 실험이 비과학적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는 없습니다. 미셸이 발견한 상관관계는 비록 압도적 수준은 아니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했습니다. 또한 골먼이 ‘EQ 감성지능이라는 책에서 인용한 2차 논문에는, ‘결론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는 경고 사항이 붙어 있었습니다. (물론 그 이야기를 읽고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미 성공에 대한 답을 얻은 사람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오랫동안 참은 대가로 두 번째 마시멜로를 먹은 어린이들이 인생에서 성공했다고 해서 그들이 선천적으로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자질을 갖고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로체스터 대학교의 연구진이 말한 바와 같이 어떤 어린이는 단지연구자의 말을 믿지 못해서오래 기다리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또는 그날따라 배가 고팠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자기효능감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바보 빅터라는 책에서 빅터는 어릴 때부터 바보 멍청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습니다. 가정환경도 그렇게 좋지 못했습니다. 학교 선생님부터 친구들까지 누구나 그를 멍청하다고 생각했고,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갔습니다. 그런데 IQ테스트에서 멘사에 들어갈 수 있는 IQ가 나온 것입니다. 그 이후로 그는 자신의 재능과 능력에 대해 인지하고, 주변에서도 그를 인정하기 시작하자 자신의 재능에 눈뜨고,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합니다.

또 한 실험에서 한 그룹의 교실에는 IQ테스트의 결과가 높게 나왔으며, 앞으로 대성할 것이라고 이야기했고, 또 다른 그룹의 교실에는 IQ테스트가 좋지 못하다고 한 후 아이들의 학업성취도에 관한 실험을 진행했을 때 놀라운 결과를 보였습니다. 사실 그들의 IQ테스트 결과는 별 차이가 없었음에도 그들의 학업성취는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주변의 기대와 관심, 그리고 스스로 인지하고 있는 본인의 수준을 스스로의 한계로 규정하는 것을 우리는 환경에 적응한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 벼룩을 비커에 가두면 수십, 수백배를 뛸 수 있는 벼룩이 비커 높이만큼만 뛰게 되고, 비커를 벗어나도 그만큼만 뛰는 모습과 같이 말입니다. 자기효능감과 환경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계속 이야기할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참을성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우리가 의지(참을성)을 중요성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라는 문제는 사회 및 경제정책을 세우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네 살 때 유혹을 참을 수 있는 아이는 인생의 성공이 보장되며, 훈련을 통해 어린이의 의지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라는 말이 사실이라면, 학습 지진아와 인생의 낙오자를 없애고 비만과 약물중독을 치료함은 물론 결혼 실패도 막을 것이다.

사회과학자들과 교육학자들은 미셸의 연구결과를 현실에 적용하려고 노력한다. 예컨대 미셸의 전() 동료로 2013년 맥아더 재산의 연구비를 지원받은 심리학자 안젤라 덕워스는 빈민가에 있는 학교들을 대상으로 투지와 결단력이 학생의 성공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학생들의 투지와 결단력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나는 덕워스의 연구를 높이 평가하며, 불우한 어린이들의 생활을 향상시키려는 사회과학자들의 노력에 박수갈채를 보낸다. 그럼에도 그들의 노력에는 여전히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그것은 사회과학자들의 성실성이 의심된다거나 그들의 방법론에 결함이 있어서가 아니다. 문제는 그들의 연구가 자칫 현실을 호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일들을 일반화하고 단순화하는 건 우리 자신이다

후로 수많은 연구자들이 미셸의 실험결과를 비판하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대중들은 이런 논문을 읽지 않는게 사실입니다. 우리들은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마시멜로우를 먹지 않으려고 노래를 부르거나 책상을 걷어차는 아이들을 봅니다. 아니면 TED를 통해 동기부여 강사들이 강하게 외치는 소리를 듣습니다. 동기부여 강사들은 마시멜로우 실험을 이야기하며심지어 네 살짜리 아이도 인생의 성공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안다. 그것은 참을성이다라고 소리 높여 외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세상은 매우 복잡하고, 수천 가지 요인들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칩니다. 20대에 방향을 못 잡고 갈팡질팡하는 젊은이들에게 목표 의식이 없다거나 철이 안 들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학교를 자퇴하는 학생들에게 참을성이 없다고 비난할 수 있을까, 반문해봅니다. 어쩌면 그들은 사회의 부조리를 인식하고 스스로 합리적 결정을 내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는 그것을 받아들이기 힘들고, 또 사회에서 그런 사람들이 설 자리가 거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우리들은 복잡한 것을 싫어합니다. 우리는 그저 간단히인간의 성격은 산수처럼 훈련을 통해 길러질 수 있다고 믿고 싶어 합니다. ‘네 살 즈음 마시멜로우를 먹는 것을 참는 인내력을 가진 아이는 인생의 성공이 보장된다고 믿고 싶어 합니다. 명확한 인과관계가 성립되기 어려운 수많은 일이 있지만, 단순한 것을 믿고 싶은 것은 세상이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여기서 내리는 결론은 단순합니다. 할 수 있는한 아이의 가능성을 단정짓지 않으며, 못한다고 무시하거나 대신 모든 것을 해주지는 말기를 아이들은 원합니다. 또한 아이들이 본인 스스로 하나의 인격체라는 사실을 항상 깨달을 수 있게 해주신다면 아이들은 스스로 자라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과 부모님의 성향이 맞으면 괜찮지만, 트러블이 생기는 경우가 사실 너무나 많습니다. 그리고 엄마 아빠는 은연중에 경제권과 육체적인 우위를 가지고 아이를 압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를 하나의 지성을 가진 인격체로 생각하고, 동등한 위치에서 이야기하고 생각한다면 아이는 자신이 자랄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 자라고자 할 것이고, 그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스스로의 성공을 정의하고, 부모의 그림자를 뛰어넘어 더 넓은 세계로 나갈 수 있으리라 확신하면서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

그래도 삶을 살아가기 위해 인내심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다음 시간에는 인내심을 어떻게 키울지 자기통제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