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언제부터 내 말을 이해할까?
부모로써 아이가 언제 말할까에 대한 부분은 참 궁금하실 겁니다. 혹시 지금 막 기어다니기 시작했거나 뒤집는 엄마, 아빠님들께서는 ‘울기만 하는게 아니라 말만 좀 통하면 키우는게 좀더 수월할텐데,’ 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착각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핫.
우리아이 말, 어느 시점부터 하고 또 말문이 터지고 나서 어떻게 하면 아이의 어휘력이나 문장구사능력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습니다. 아래 질문으로 이야기를 한번 시작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태어난 지 1주일도 안된 신생아가 엄마의 목소리를 구분해낼 수 있을까?
놀랍게도 신생아는 엄마의 목소리를 정확히 구분해 냅니다. 다른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보다 엄마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젖을 더 빠르게 먹습니다. 아마 궁금한게 많은 과학자 분들께서 많은 어머니들을 모셔서 테스트를 했을 겁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발달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태아는 임신 6개월부터 청각이 발달하므로, 이미 엄마의 목소리를 무수히 많이 들어왔으니 당연히 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하루에 아침 저녁에만 듣는 아빠 목소리에도 반응해 줍니다. 피는 물보다 진한 거라고 생각해도 되겠죠.
한편 수스 박사는 엄마들에게 출산 6주 전부터 동화에서 특정 구절을 여러 번 낭독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신생아들은 엄마가 태아 때 여러번 낭독해 주었던 특정 구절을 들었을 때 젖을 더 빨리 빨았습니다. 아이들은 태아기부터 소리의 패턴을 학습하는 것입니다. 엄마가 그 구절을 읽을 때 가졌던 어떤 생각들이 엄마의 음성을 통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보통 아이들을 '언어 천재'라고 말합니다. 아이들이 언어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음(phonemes)를 정확히 구분해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생후 1개월만 되어도 '아'와 '이'의 차이를 알 수 있으며, 3~6개월이 되면 성인들이 구분할 수 없는 발음까지도 잘 들을 수 있습니다. ebs에서 아이들의 뇌파를 가지고 검사한 영상도 있습니다. (정확한 키워드는 기억이 안나지만 언어 발달 관련해서 ebs에서 특별촬영을 한 것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아기들의 경우 일반 성인들은 잘 구분하지 못하는 알파벳 r과 l 발음을 정확히 지각합니다. 물론 우리 스스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영아들은 시간이 지나면 r과 l 발음을 구분하는 능력을 잃어버립니다.
음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6개월의 아기들에게 서양식 음계와 자바 지역의 펠로그 음계를 각각 부조화스러운 음을 수시로 넣어 들려주는 실험을 했습니다. 영아들은 듣기 천재답게 둘의 음계에서 부조화스러운 음을 알아냈습니다. 하지만 미국 성인들은 자바식 음계에 들어간 부조화스운 운음을 잘 찾아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음감이 뛰어난 사람이나 가수들, 작곡가들이 언어를 습득하는데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언어 체계와 음악의 체계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임재범씨도 영국에 가서 세관 통과할 때 한마디도 못했던 분인데 6개월 만에 영국 영어 발음을 완벽히 마스터 했다는 것을 어느 유튜브 영상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 청지각은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영아들은 모든 음을 지각하지만, 모국어를 습득하고 자신의 문화 속의 음악에 익숙해지면, 그 이전에 잘 구분했던 음소 지각 능력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능력을 잃어버린다고 해서 나쁜 것은 아닙니다. 생후 1년 이후로 시냅스가 줄어드는 것처럼, 영아들은 불필요한 능력들을 적극적으로 없애버려야 합니다. 진짜 필요한 것에 집중하기 위해서입니다. 즉 지각 발달은 새로운 능력이 추가되는 것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능력을 적극적으로 없애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 가면서 생존에 필요한 기술들이 더욱 늘어나기 때문에 뇌는 쓰지 않는 것을 놔둘 수가 없습니다. 시냅스들을 서로 연결시키고 뇌를 구성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여야만 합니다.
8개월 된 아들, 딸이 "마마마", "빠빠빠" 하고 옹알이를 할 때마다 얼마나 귀여운지 모릅니다. 특히 "마마마"라고 할 때는 엄마라고 부르는 것 같고, "빠빠빠"라고 할 때는 아빠라고 부르는 것 같아 더욱 애틋합니다. 하지만 부모들에게는 죄송하게도, 이런 소리는 엄마, 아빠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아무 의미 없이 내는 소리일 뿐입니다. 왜냐하면 전 세계 모든 영아들은 생후 6개월 정도가 되면 모두 비슷한 발성의 옹알이를 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청각장애를 지닌 영아조차도 그렇습니다.
1. 8개월쯤부터 하는 옹알이, 아이의 언어 발달에 어떤 역할을 할까?
아기들은 옹알이를 통해 부모와 상호작용을 할 수 있고, 무엇보다 발성기관의 근육을 움직이게 된다. 전 세계 아기들이 모두 옹알이를 하는 것을 보면, 옹알이는 생물학적으로 프로그램 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이라는 종족의 DNA에 새겨져 있는 것입니다.
흔히 부모들은 아기의 옹알이에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것처럼 반응합니다. 아기가 가만히 있으면 말을 건네고, 옹알이를 하면 그에 응답하는 식으로 소통을 합니다. 생후 7~8개월이 되면, 아기는 부모가 말을 걸면 옹알이를 줄이고, 말을 하지 않으면 자기가 옹알이를 하는 등 일종의 규칙성을 서서히 보이기 시작합니다. 부모의 소통방식을 학습하는 것입니다. 결국 부모가 옹알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면 언어 발달에 좋은 영향을 끼칩니다.
자 여기서 부모가 알아두면 좋은 것들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돌 전의 아기는 부모의 말에 따라 정확하게 반응을 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 단어를 정말 알아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기는 단어의 뜻을 알기 전에, 부모가 하는 말의 억양과 몸짓언어를 통해 의미를 파악합니다. 분위기를 읽는 것입니다.
대체로 12개월 즈음이 되면 옹알이는 모국어의 억양을 따라가기 시작하며, 11개월 아기들에게 몸짓언어 없이 단어만 들려주면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13개월 아기들은 부모가 몸짓언어 없이 개별 단어를 들려주어도 그대로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즉 돌이 지나면서부터 단어의 의미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2. 12개월째, 드디어 입을 떼기 시작하다.
첫 돌이 지나고 나면, 옹알이는 대체로 사라집니다. 그리고 아기의 입에서 부모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의 아기들은 단어를 발음할 때 오류가 많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고치려고 해도 잘 고쳐지지 않으니 크게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이때의 발음 오류는 부분적으로 성대의 미성숙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4~5세가 지나면 저절로 성인과의 발음 차이가 크게 줄어듭니다. 발음이 틀리다고 그건 아니고 이렇게 말해야 하는데 하고 걱정하지 마시고, 아이에게 정확한 발음을 들려주려고 노력하시면 됩니다.
이제 영아들은 세상의 모든 물건에 이름이 있다는 놀라움과 경의로움을 가지게 되면서 단어를 열심히 습득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18~24개월의 영아들은 주당 약 10~20개의 새로운 어휘를 습득하며, 만 2세에는 평균적으로 200개의 단어를 말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당연히 그보다 더 많은 단어를 이해하고 있습니다. 남자아이들의 경우는 조금 늦을 수도 있습니다. 왜 그런지는 나중에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차이점을 소개하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사물, 사물을 가리키는 말들을 많이 사용합니다. 소수의 영아들은 "고마워요" 같은 사회적 어휘를 일찍부터 구사하기도 합니다. 특히 첫째보다 둘째가 그런 경향이 더욱 강합니다. 첫째를 따라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언어 구사의 스타일 차이는 이후의 언어 성취와는 거의 상관이 없으므로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이가 언어에 특출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보려면 만 2세정도부터 책을 읽으면서 모르는 지식을 습득한다거나, 적어도 4-5세 이후에 여러 종류의 언어를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구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사실 모국어를 정말로 정확하게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아이의 전반적인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됩니다.
3. 아무도 없는데 혼자 말을 하네? 상상의 친구들과 대화하는 건가?
흥미로운 사실은 아이들이 혼자 놀 때 독백을 한다는 것입니다. 어른들도 뭔가 일이 안 풀리면 그러는 사람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혼잣말을 하기도 합니다. 아이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이 모양은 아니잖아. 다른 모양이 필요해! 음, 바로 이 모양이야!"라고 말하며 어떤 모양 맞추기 놀이를 하는 것입니다.
혼잣말의 내용을 들어보면 바로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들인데, 이러한 사적 언어는 부모와 대화를 할 때 사용했던 사회적 언어가 바뀐 것입니다. 이를테면 부모와 함께 모양 맞추기 놀이를 할 때 공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했던 대화들이 사적 언어화되어,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혼잣말는 4~5세에는 문장 전체로 나타나지만, 초등학교에 들어 갈 때가 되면 문장이 아니라 단어 1~2개로 바뀌는 경향이 있습니다. 생각이 정리되고 압축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아기의 사적 언어가 결국 아이의 정신에 스며들어 내적 언어로 승화되는 것입니다.
만약 아이가 혼자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신다면, "왜 이렇게 혼자 시끄럽게 중얼거리니?"라고 아이의 생각을 막지 않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