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하는 경제공부

중국과 미국의 본격적인 무역전쟁, 그 시작은 어디인가?

NirvanaLee 2018. 7. 23. 08:01

미국이 중국에 진짜 원하고 있는 것은 중국이 경제 전략인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의 포기를 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진핑 주석은 미국과 타협의 여지가 없습니다. 자신이 시작한 경제의 기본 골자를 포기하라는 것과 진배없기 때문이죠.

 

중국제조 2025는 항공, 인공지능(AI)등 주요 기술의 자생력을 갖추려고 중국 정부가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략입니다. 중국이 미국에서 벌고 있는 돈의 액수를 줄이는 것이라면 시진핑이 한 수 접어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를 예를 들면 삼성에게 반도체 산업을 포기하라는 것과 비슷한 말이죠. 하지만 정책 목표를 포기하라는 말, 즉 중국이 구상하고 있는 미래의 먹거리를 포기하고 그냥 미국이 제공하는 기술로 공장 역할만 하라는 말이기 때문에 중국에서 이번 무역 전쟁을 쉽게 내줄 수 없는 이유인 것입니다.

 

중국제조 2025의 시작인 볼펜 심 사건은 중국의 정치적인 능력과 선전 능력을 보여줍니다. 마치 잘 짜여진 연극을 보는 것 같은데요. 왜 그런지 이야기를 풀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과연 미국이 끝까지 승리하고 미국의 패권을 유지할 수 있을까?


1) 중국의 위기의식은 볼펜에서 시작되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볼펜심 이야기는 리커창 총리가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2016년 산시성 한 좌담회에서 나온 이야기 인데요.

 

20161, 리커챵(李克强) 중국 총리는 산시(山西)성의 한 좌담회에서 "왜 중국은 아직도 볼펜에 들어가는 ‘볼’을 자체적으로 만들지 못하는가"라고 지적했다고 합니다. 이것은 상징적인 사건으로 비단 볼펜 심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전반에서 중국이 자국의 산업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바를 피력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당시 중국은 한 해 400억 개의 볼펜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필기구 제작 관련기업이 3천여 개에 달하고 20여 만 명의 종사자가 전 세계 공급량의 80%를 담당하는 볼펜 생산 대국이지만 핵심 기술볼펜 심, 잉크를 만들지 못해 90%를 일본, 독일, 스위스 등에서 수입합니다. 중국은 한 해 철강 8t을 생산하는 세계 1위 철강 대국이지만, 정작 볼펜 심 제조에 필요한 고강도 스테인리스 강은 생산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그 핵심기술인 ‘볼’은 자체 생산기술이 없어 매년 볼펜 심용 스테인리스 강선을 톤당 12만 위안 가격으로 1000여 톤 수입해왔습니다.

 

볼펜 심과 촉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20개가 넘는 공정을 거쳐야 합니다. 볼펜 촉 내부에는 높낮이가 다른 층과 잉크를 끌어들이는 5개의 통로가 있습니다. 이 부분을 제작할 때 1천 분의 1mm의 오차라도 나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볼펜 촉의 끝부분은 두께가 0.3~0.4mm 밖에 되지 않는데 말이죠. 그만큼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이를 위해 높은 정밀도와 최고의 품질을 가진 스테인리스 강이 필요한데 중국은 지금까지 그런 기술이 없었습니다. 통상 스테인리스 강이나 크롬강으로 만들어지는 볼은 마모가 적고 녹이 슬지 않으면서도 형질 변경이 적어야 합니다.

 

이런 기술에 대한 갈망은 2016년 전부터 있어왔고 중국 정부는 원천기술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했는데 5년이 넘도록 성과를 내지 못한 답답함의 표현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2011년 볼펜 심 국산화를 중점 연구개발사업으로 선정하고 2014년까지 6000만 위안(105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볼펜 심 개발에 집중하였습니다. 결국 20169월 타이위안(太原) 강철이 2.3㎜의 일정한 두께로 사출되는 볼펜 심용 스테인리스 강선 합금 개발에 성공하였고 올 들어 볼펜 제조업체 베이파(貝發) 그룹이 이 스테인리스 강선을 가지고 100% 중국제 볼펜 심을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2016년 공식적 언급 전에 중국은 이미 중국제조2025라는 경제 정책 프로그램을 가동, 2011년에 이미 볼펜 심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그 이전부터 계속 하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정부 프로젝트 자금이 들어간 것은 이때부터라 볼 수 있죠.

 

2015년까지 대부분의 연구를 끝마치고 2016년 초에 리커창 총리는 공식적으로 볼펜 심에 대해 언급을 합니다. 그리고 그 해 9월 타이위안 강철에서 2.3㎜의 일정한 두께로 사출되는 볼펜 심용 스테인리스 강선 합금 개발에 성공, 2017년 볼펜 제조업체 베이파(貝發) 그룹이 이 스테인리스 강선을 가지고 100% 중국제 볼펜 심을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대외적으로 봤을 때 2016년 중국이 볼펜 이야기를 들고 나오고 그 해 3/4분기에 기술이 개발되고, 다음 해에 원천기술을 확보한 완제품을 만들어 냈습니다. 시진핑의 또 하나의 신화가 완성되는 셈이죠. 시진핑이 말하니 금방 원천기술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말입니다.


오늘은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의 시발점, 즉 왜 무역전쟁이 일어났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배경을 살펴봤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현재 진행중인 무역 전쟁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