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걸리면 약을 먹여야 할까, 집에서 대처해야 할까? ②
지난 시간에 이어 감기와 독감의 차이를 잠깐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기와 독감의 공통점은 첫째, 어떤 바이러스에 의해 코나 목 근처의 기관지 쪽에 문제가 생기는 바이러스성 질환입니다. 둘째로 증상은 코에 염증이 생기거나 콧물이 나오고, 코가 막히고, 또한 재채기가 지속적으로 나게 됩니다. 셋째, 열이 상당히 올라가게 됩니다. 몸에서 나는 열은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증거입니다. 넷째 식욕이 평소보다 줄어들게 되고 피로감을 많이 느낍니다. 그리고 식,음료의 섭취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목이 아프기 때문입니다.
단 차이점은 감기는 불특정한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고, 독감은 특정한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입니다. 감기는 언제나 걸릴 수 있는 것이고 독감이라는 것은 특정한 시기에 이름 붙여진 바이러스가 유행처럼 번질 때 독감이라고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독감이 감기보다 더 오래가고 더 강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감기는 최대한 아이가 스스로 이길 수 있도록 부모가 예방과 관리를 해주는 것이 좋고, 독감의 경우 병원에 빠르게 가서 치료받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감기와 독감의 특징과 차이점에 대해 좀더 자세히 볼 것입니다.
어제에 이어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항생제 남용이 아이들의 면역 체계를 작동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치료하는 면역체계를 형성할 시간을 항생제가 뺏어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이가 처음 감기에 걸렸을 때 아이가 아프다고 병원에 의존할 경우 아이의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을 떨어뜨리게 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저의 역할은 내 아이가 감기를 스스로 떨쳐낼 수 있는 힘을 길러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동유럽, 예를 들면 핀란드의 부모들은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주기적으로 추운 겨울에 아이를 밖에서 낮잠을 잘 수 있도록 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한 시간 두 시간 밖에서 낮잠을 재운다면 아이에게 큰 위협이 되겠지만, 처음에 적응할 때 5분으로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외부의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아이에게 주는 것입니다. 아이의 교육이나 양육에 있어서도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이에게 세상에 적응할 시간을 마련해 주는.것입니다.
요즘은 부모로서 내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무엇일까 항상 생각하게 됩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우리의 아이들이 마주치는 세상은 너무나 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 변화의 속도가 우리의 수십 배가 될 것이고, 현재 있는 어떤 것도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라 단정짓기 어려운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선물은 아이가 어떤 상황에도 스스로 살아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약간 이야기가 옆으로 갔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요즘 아이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감기의 증상에 대해 더 이야기해 보고, 그 증상에 따라 대응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감기의 증상은 어떤 것이 있을까? 증상별 대처법 두번째입니다.
증상3. 열
아이들은 감기에 걸리면 대부분 발열이 나타납니다. 열은 엄마, 아빠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증상 중 하나로, 고열이 지속되면 열성경련을 보일 수 있고, 다른 합병증이 생길 위험성 또한 높기 때문입니다.
며칠 동안 열이 떨어지지 않으면 엄마는 겁도 나고, 아이와 마찬가지로 잠을 자기 어렵기 때문에 해열제를 먹이고 얼음찜질을 해주고자 합니다. 하지만 열이 났을 때 열을 떨어뜨려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열은 우리 몸에 좋은 작용을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자동차가 출발 전 미리 시동을 걸어 차체에 열기와 연료를 공급하듯, 우리 몸도 병이 나면 바이러스와 대항해 싸우기 위해 적당히 체온을 높이게 됩니다. 항원 항체 반응이 일어나고, 그 대사작용으로 인해 열이 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움직임이 있어야 몸의 기능이 활발해지게 되고 질병과 제대로 싸울 조건을 하나씩 갖춰 가는 것입니다.
그러니 열이 난다고 무조건 정상 체온으로 내리고자 약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열 자체는 병이 아니라 증상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열을 떨어뜨렸다고 병 자체가 낫는 것은 아니고, 아무리 효과 좋은 해열제를 먹이더라도 1~1.5℃ 정도만 떨어질 뿐이란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열이 떨어졌다고 해열제를 먹이지 않게 되면 체내에 병이 아직 남아있는 경우 다시 발열이 시작됩니다.
아이가 열이 난다면 지나치게 고열은 아닌지 지켜보며 적절한 케어를 해주면 됩니다. 38℃ 이하의 열이라면 해열제를 먹이며 곁에서 경과를 지켜본다. 물론 39도 40도를 넘어가거나 38도 넘는 시간이 오래 지속된다면 해열제를 먹이거나 체온을 낮추고, 더 오래 지속된다면 병원에 방문하셔야 합니다. 우리 몸의 세포는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어서 39-40도가 넘어가고 그 시간이 길어지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특히 자라는 영유아들에게는 더욱 그렇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침착함입니다. 열을 무서워 할 필요도 없고
아이의 경과를 차분하게 지켜봐 주는 것이 필요한 마음가짐이라고 생각됩니다.
대응1. 수시로 물을 먹여 탈수를 예방한다.
감기로 열이 나면 탈수증이 올 수 있습니다. 열이 나면서 몸의 수분이
급속도로 빠져나갑니다. 따라서 수시로 미지근한 보리차를 먹이며 수분을 보충해주도록 합시다. 잘 안 마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입에 직접 넣어주는 것도 한가지 방법입니다. (주사기 같은 것으로 입에 흘려 주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특히
보리는 차가운 성질이라 열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 땀과 소변을 통해 열이
빠져나가는 효과도 볼 수 있습니다.
대응2.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준다.
열이 나면 차가운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곤 하는데, 오히려 피부 혈관을 수축시켜 근육에서 더 많은 열을 발생하게 만들게 됩니다. 차가운 수건보다는 30℃ 정도의 미지근한 물에 적신 수건으로 가슴, 배, 겨드랑이, 다리 부분을 가볍게 문질러가며 온몸을 닦아주는게 좋습니다. 몸에 물이 있으면 수분이 증발하면서 열을 빼앗아 체온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열이 잘 안 떨어진다면 욕조에 30℃ 정도의 미지근한 물을 채우고 아이를 잠시 넣었다 빼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단, 아이가 추워서 몸을 벌벌 떤다면 즉시 중단해야 합니다.
흔히 쓰는 민간요법으로 머리 위에 물수건을 덮어두곤 하는데, 오히려
열을 더 올라가게 하므로 안 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 많이들 쓰는 해열 파스는 파스에 묻어 있는 젤이
기화되면서 열을 발산시키는 방식인데, 접착력이 좋아 잘 때 몸을 뒤척여도 잘 떨어지지 않아 어린 아이들에게
사용하기 유용합니다. 하지만 미열에는 도움이 되지만 고열에는 큰 효과가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대응3. 엄마 몸의 마찰열도 주의한다.
열이 나면 아무래도 아이가 칭얼대 자주 안아주게 되는데 해열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부모와 몸이 닿으며 마찰열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꼭 안아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이와 엄마의 살이 직접 닿지 않도록 헝겊이나 가제수건을 엄마 팔이나 어깨 쪽에 댄 후 안아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집 안 온도도 다소 서늘한 상태를 유지합니다. 그리고 1-2시간 간격으로 창문을 열어 환기하여 실내 공기를 깨끗하게 만듭니다. 실내 온도는 22~23℃ 정도가 적당합니다.
대응4. 한밤중에 나는 열을 대비한다.
낮에는 멀쩡하던 아이가 밤만 되면 갑자기 열이 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 응급실로 달려가야 할지, 그냥 지켜봐야 할지 마음 졸이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게 될 수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밤만 되면 열이 오르는 것은 우리 몸의 생체리듬과 관계가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 생체리듬은 체온과 더불어 꾸준히 상승세를 타다가 밤이 되면 하향곡선을 그리며 내려갑니다. 밤이 되어 체온이 떨어지게 되니 상대적으로 열이 더 잘 느껴지는 것입니다.
또한 밤에 열이 더 오르는 것은 해열제 복용 시간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대개 해열제는 아침·점심·저녁 식후에 복용하게 됩니다. 따라서 저녁식사 후 복용한 해열제의 혈중 농도가 떨어지다 보니 열이 오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낮에는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던
아이가 밤에 더 열이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밤에 갑자기 열이 난다고 허둥대거나
당황하지 말고 차분하게 곁에서 지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옷을
벗기고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아이 몸을 닦아주는 정도로 아이의 경과를 지켜봅니다.
대응5. 타이레놀과 부루펜 시럽은 구분해서 사용한다.
대표적인 해열제인 부루펜과 타이레놀은 효과는 비슷하지만 구분해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타이레놀은 생후 6개월 이하 아이들이 복용 가능한 해열제로 효과는 4~6시간 지속되고, 최소 4시간 이상 간격을 두고 복용해야 하며, 1일 5회를 초과해서는 안 됩니다. 먹인 뒤 1시간쯤 되면 약효가 나타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부루펜은 6개월 미만 아이에게 사용할 수 없습니다. 6개월이 지난 아이라면 타이레놀과 부루펜 둘 하나를 먹이면 됩니다. 단, 탈수증이 있거나 구토가 심한 아이에게는 해열제를 먹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타이레놀: 아이 체중에 따라 먹이는 양이 달라집니다. 복용 후 1-4시간 효과가 지속됩니다. 적정량 이상 먹이면 간에 부담을 줍니다. 정해진 양만 먹이도록 합시다.
부르펜: 타이레놀 보다 항염증 기능이 강화된 제품입니다. 통증에 효과적이고, 지속시간이 타이레놀보다 깁니다.(어렸을 때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는데 몸에는 안 좋습니다. 아이들이 좋다고 달라고 할텐데 많이주시면 안됩니다.) 타이레놀보다 약효가 강합니다.
그리고 위를 자극하기 떄문에 위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는 먹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구토, 설사 증세가 있는 아이는 신장의 활동을 방해해서 탈수 증세까지 올 수 있으므로 먹이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