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의 걸그룹 외모 규제, 어떤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리고 쉬운 것도 없다. 그러니 쉽게 해결하려고 하면 더 꼬일 뿐이다. 최근 일어난 일이 이를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1 시대착오적 발상의 여가부 규제
여가부 규제 내용은 이렇다. [음악방송 출연자들의 외모 획일성이 심각하다…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상황에 맞지 않는 지나친 화장, 노출, 혹은 밀착 의상, 신체 노출을 하지 않는다.]
최근 각 방송사와 프로그램 제작사에 배포한 ‘성 평등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에 나온 내용이다. ‘(방송에 마른 몸매, 하얀 피부 등)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한다.
걸그룹이 나오는 것은 소비자의 니즈와 연습생들의 꿈, 그리고 기획사의 의도, 문화적으로 형성된 대중성 등에 따라 상품이 나오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허니버터 칩이 나왔을 때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가게마다 동이 나고, 어떤 사람들은 가게에 들어온 물건을 인터넷에 시가보다 더 비싸게 팔기도 했다. 대중성 있는 상품이 나왔다고 상품에 의한 역기능이 눈에 띈다고 해서 ‘버터칩의 달달함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정도로 문제가 있으니 꿀 함량을 50%에서 20%로 줄여야 한다.‘ 혹은 앞으로 꿀이 든 음식은 판매를 해서는 안된다’ 라고 규제를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2 임신중절 금지법으로 인한 효과는?
또 다른 예를 하나 들겠다. 규제를 통해 얻는 이익이 하나도 없었던, 오히려 역효과가 났던 루마니아의 약 23년간의 임신중절 금지법에 관한 이야기다.
루마니아는 1966년 [디크리(decree) 770]이라고 불리는 임신중절 금지법 시행했다. 이 법은 강간, 근친상간을 통한 임신과 산모의 생명을 위협하는 임신, 이미 아이가 4명 있거나 산모의 나이가 45살 이상인 경우를 제외한 모든 임신중절을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 루마니아는 이를 통해 출산율의 증가를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요한 선택이라고 보고 정책을 시행했다. 정책 초기, 이 임신중절 정책은 성공한 듯 보였다, 실제로 출산율이 3~4년간 올라간 것이다. 그러나 다음 변화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째, 출생률의 변화
디크리 770이 시행되고 첫 4년 동안 인구 1천명당 태어나는 신생아 수인 ‘조출생률’이 14명에서 21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그런데 동시에 보육원 등 시설에 맡겨지는 아이의 수도 늘었다. (1960년대 루마니아의 상황을 생각하면 보육원이 지금보다 더욱 열악할 것이라는 상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원치 않은 아이를 낳았지만 양육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 여성들이 많았기 때문. 열악한 시설에 맡겨진 아이들은 영양결핍에 노출됐고, 유아사망률의 증가로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임신중절의 수요는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에 더 음성화 되고 비용이 많이 들었는데, 일부는 의사에게 뇌물을 주고 임신중절을 했고, 그게 불가능했던 저소득층 여성들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위험한 임시중절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잠깐 늘었던 조출생률은 1970년부터 다시 감소, 1985년에는 법 시행 이전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더 큰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는데, 둘째, 모성사망비(임신 중이거나 출산 이후 7주 이내 사망하는 여성의 숫자)의 급증이었다.
의사로부터 안전한 수술을 받을 수 없게 된 여성들이 불법 시술을 시도했고, 이로 인해 많은 합병증을 앓으면서 매년 500여명이 감염으로 사망했다. 임신중절법 시행 이전인 1966년에 비해 1983년 루마니아의 모성사망비는 7배 높아졌고, 1989년 기준 주변국인 불가리아, 체코 보다 9배 가까이 높아졌다.
*1989년 임신중절 금지법이 폐기된 다음 해 루마니아의 모성 사망비는 다시 절반으로 떨어졌다.
3 정부에서 특정 목적을 가지고 규제를 만들어 내는 것은 쉽다.
규제를 만들어 시행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 규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무엇을 목표로 하고 만들었는지, 누구를 위해 법을 만드는 것인지 더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했으나, 루마니아에서 30년간, 아니 그 이상의 시간동안 고통 받았을 수많은 사람들, 아이들을 생각하면 그렇게 쉽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며칠 전에 다시 정정해서 이야기를 하고 모 체널과 실무자가 인터뷰를 찍었다. 그러함에도 논란은 가라앉고 있지 않다. 국민과 정부 부처의 신뢰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증거가 아닐까. 앞으로 신뢰를 어떻게 쌓을지, 국민과 어떻게 소통을 해 나가야 할지 더 고민해 봐야 할 시기라고 이번 사건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또한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