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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Flag Act로 통칭되는, 산업혁명과 증기기관의 시작인 영국에서 발의된 법안. 규제의 실패 사례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대대로 회자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 혁파를 언급하며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이 사건은 과연 어떤 스토리를 담고 있을까?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우버, 카풀, 금산분리규제 등 규제를 풀기를 주저하고 막는 사람들에게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근거로 삼는 이야기의 토대가 바로 영국의 이 사건이다.

 

그럼 영국의 사건이 정확히 어떤 일이었는지, 그리고 어떤 결과를 낳게 되었는지 명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 어떤 사건이 있었기에 규제로 인한 손실에 대한 상징적인 사건이 되었는지 말이다.

 

먼저 1861년 빅토리아 여왕 시절, 최초의 법안이 발의되었다. 차량 중량 12톤으로 제한, 시내 5마일(8km/h), 시외 10마일(16km/h)로 달릴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실제로 말하는 붉은 깃발법은 1865년 발의되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시내는 2마일(3km/h), 시외는 4마일(6km/h)로 제한한다.

2) 한 자동차에는 3명이 필요하다. (운전수, 기관원, 기수) 기수는 낮에는 붉은 깃발을 들고, 밤에는 붉은 등을 들고 55m 앞에서 마차()와 자동차의 충돌을 막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깃발을 들고 차 앞에서 마차를 타고가야한다.차 한대에 운전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 3명이다... 말도안되는 일이다.

당시 매연도 많이 내뿜고, 증기기관 자동차의 내연기관이 안정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폭발사고가 날 때도 있었다. 또한 지금과 같은 무게가 아니라 훨씬 더 무거웠고, 도로 상황도 이처럼 상당히 골치를 썩이는 부분도 분명 존재했다. 이점을 노리고 마차를 끄는 마부와 관련 산업 관계자들은 법안 발의를 요구했는데 그것이 1865년 붉은깃발조례다. 후에 더 강력한 법으로 개정되는데, 말을 놀라게 하는 행위나 매연을 뿜어서는 안된다는 법을 덧붙이게 된다... (운전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지금 생각해 보면 황당하기 그지없는 법안이다. 1820년부터 1840년대까지 영국에서 개발되어 시판되기 시작했던 증기기관차와 열차들은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마차와 경쟁하던 증기기관차들은 어느 순간 위협이 되었다. 기존의 패러다임이었던 마차는 점차 경쟁에서 위협을 느낄 정도가 되었다.


결정적인 계기는 아마 이 사건이었을 것이다. 에드워드 버틀러란 발명가가 가솔린 내연기관을 단 운송수단을 1885년 선보였는데, 카를 벤츠와 같은 시기였다. 그러나 5년 뒤 1890, 버틀러는 붉은깃발법으로 인해 도로주행을 허용하지 않아서 기술 개발을 포기하고 만다.

 

결국 이 법을 통해 영국의 자동차 시장은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했다. 이미 30km/h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었던 자동차에게 이 법은 치명적이어서 영국은 선발 주자의 이점을 얻지 못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독일 차가 영국 내 공공도로를 달리기 시작한 지 1년 만인 1896년 이 법안은 폐지되었고, 어떤 자동차 박물관에서는 1895년 당시 영국 내 영국산 자동차 수가 15~16대 밖에 안되었다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2차 산업혁명의 핵심산업인 자동차 산업을 독일, 미국, 프랑스에 산업혁명의 과실을 빼앗기고 말았다. 후에 후발주자로 따라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서 어느 정도 명성을 찾는가 했으나 또 한번의 시련을 맞이한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지금 이야기와 온도차가 있으니 여기서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결국 이 규제 때문에 모든 것이 벌어진 것은 아니나, 시대 착오적인 규제가 어떤 결과를 일으키는지 나타내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우리나라도 국민소득이 3만불에 거의 접근했다고 한다. 그러나 여러가지 문제가 산적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급속한 산업화의 부작용, 빈부격차의 심화 등이 그것인데, 거기에 더해 여러가지 경제 문제도 산적해 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한 규제 완화를 강조하는 것이다.

 

요즘 이슈화 되고 있는 금산분리 정책, 우버, 즉 공유경제 중에 차량 문제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다음 시간에는 규제를 개선해야 하는 이유, 우버가 한국에서 어떤 상황이었는지, 금산분리정책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고, 규제 샌드박스에 대해서도 알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