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조사에서 한국의 항생제 소비량이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항생제가 부적절하게 과용되는 현실에 있습니다. 실제 아이가 감기에 걸리기만 해도 당장 동네 소아과로 가서 해열제나 항생제가 포함된 감기약 처방을 받습니다.
이게 무분별하게 처방해주는 병원 의사들도 문제지만, 병원에 갔으면 뭔가 받아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부모님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어느 병원에 갔는데 약도 안주고 주사도 안주면 이상하게 생각하고, 소문이 안 좋게 나서 병원 영업에 상당한 지장이 생기기도 한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러니 항생제를 무조건 안 쓰겠다는 부모님들도 있으신데, 이게 문제가 될 경우도 있는 것이 정말 항생제를 써야 하는 상황인데 안 쓰게 되어 더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의사도 부모를 신뢰하지 못하고 부모도 의사를 신뢰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것입니다. 정말 우리 사회 전반에 이런 사소한 곳에서부터 불신이 팽배하다는게 안타깝습니다.
항생제는 세균성 질환에 효과적입니다. 따라서 바이러스 질환인 감기에는 불필요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습관처럼 항생제가 남용됩니다. 잦은 항생제 복용은 아이들의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됩니다. 몸에서 스스로 고쳐야 하는데 항생제를 먹으면 그 기능이 작동을 안하고, 한번 작동을 멈추면 다시 돌이키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아이가 처음 감기에 걸렸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치료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평생 치료 습관과 면역력이 결정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내 아이가 해열제, 항생제 없이 감기를 스스로 떨쳐낼 수 있는 힘을 길러 줘야 합니다.
1. 감기의 증상은 어떤 것이 있을까? 증상별 대처법
증상1. 콧물
코감기에 걸리면 코 점막에 염증이 생기면서 콧물이 나오게 됩니다. 맑은 콧물로 시작해 점점 누런 콧물로 진행되는 것입니다.(어른과 다를 것은 없습니다.) 코가 꽉 막혀 숨쉬기가 어려워 아이를 당혹스럽게 만듭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어린아이들은 ‘흥’ 하고 코 푸는 방법을 몰라 코감기에 걸렸을 때 체감하는 불쾌감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 이상입니다.
특히 수유하는 돌 이전 아이의 경우 코가 막히면 젖을 먹을 때 숨을 쉴 수가 없어 더 힘들어합니다. (입은 완전히 막히는데 코로도 숨을 못 쉰다면, 큰일이겠네요.) 일단 코감기에 걸리면 코 막힘의 불편함을 완화해 주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대응1. 아프지 않게 한쪽씩 코를 푼다.
콧속이 콧물로 가득 차 있으면 숨쉬기도 힘들뿐더러 아이도 답답해 불편함을 호소합니다. 울음이라는 방법으로 말입니다. 말귀를 알아듣는 아이라면 ‘코 푸는 법’을 제대로 가르쳐보면 좋습니다. 만 4~5세 아이라면 시도해 볼만합니다.
우선 아이의 입을 다물게 하고 엄마나 아빠가 아이의 한쪽 코를 막아줍니다. 그리고 힘껏 코로 바람을 내뿜으라고 말합니다. 양쪽 코를 한 번에 푸는 것은 어렵지만 한쪽 콧구멍을 막아주면 자극도 줄고 코 풀기가 한결 쉬워집니다.
대응2. 코에 수증기를 쐬면 코풀기가 한결 쉽다.
코가 꽉 막혔다면 코에 김을 쐬어줍니다. (이비인후과에 있는 코끼리 같은 그것이 같은 역할입니다.) 잠시 뜨거운 김을 쏘이거나 가습기를 틀어 실내 습도를 높이면 콧물이 묽어져 코풀기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코가 막혀서 힘들어할 때는 따듯한 수건도 꽤 효과적입니다. 특히 코막힘이 심해 수유조차 어렵다면 따뜻한 물에 적신 가제 손수건을 짜서 코를 살짝 덮어줘 봅니다. 물수건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스팀타월을 만들어 수증기를 쐬어주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너무 어린 신생아라 이런 시도조차 어렵다면, 목욕탕 문을 닫고 샤워기로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으면 욕실 내 습도가 순식간에 올라갑니다. 아이를 안고 잠시 욕실에 들어가 더운 수증기를 쐬면 코가 순식간에 뻥 뚫립니다.
대응3. 코감기에 걸렸을 때는 고개를 높게 해서 재운다.
평소에는 베개 사용을 안 하더라도 코감기에 걸렸다면 아이를 재울 때 베개를 베게 하자. 베개 높이를 조절하는 게 힘들다면 수건이나 헝겊 기저귀를 적당히 접어 높이를 맞춰 고개를 다소 높게 해 재우면 된다. 콧물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각도라 호흡도 편해지고 코도 덜 막힌다.
대응4. 콧물 흡입기를 사용한다.
아이가 어려서 스스로 코를 풀지 못한다면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콧물흡입기를 사용해봅시다. 한 두 번 빨아주면 콧물이 제거돼 숨쉬기가 한결 나아집니다. 단, 너무 자주 빨아내면 콧속 점막이 자극을 받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적당한 묽기의 콧물은 수월하게 빼내지지만 이미 찐득해진 노란 콧물은 흡입기로 빨아내기 힘들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콧속에 식염수 두어 방울을 떨어트리면 콧물이 한결 묽어집니다.
집에서 직접 콧물을 빼기 힘들다면 병원에 데려가 빼도 됩니다. 또 초미립자 상태의 식염수를 콧속까지 분사해 콧물을 흡입하는 ‘코크린’ 같은 전용 기기도 있으니 한번 시도해 보셔도 좋습니다. 콧물흡입기는 사용한 뒤 깨끗하게 세척해 햇빛에 일광 소독해야 다음에 사용하기 좋습니다.
대응5. 코 뚫는 연고도 효과적이다.
코 밑에 조금 발라주면 10분 이내로 코와 목이 뻥 뚫리는 연고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극이 강하므로 사용할 때 아이에게 맞는지 확인하고 하시면 좋습니다.
대응6. 목 뒤, 코 뼈 주위를 마사지 해본다.
머리카락과 목의 경계 부위를 살살 문지르며 마사지 해줍니다. 경혈 부위가 자극을 받으면서 머리 쪽 혈액순환이 촉진되며 코까지 편안해집니다. 엄마의 양 손바닥을 비벼 열을 낸 다음 코 양옆의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을 10여 차례 눌러주며 마사지해주는 것도 효과가 있습니다.(아이가 버둥거릴 수도 있으니 누군가 도와주면 더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엄지와 검지로 아이의 콧잔등을 부드럽게 마사지하면 림프액의 흐름이 원활해지면서 보다 수월하게 이물질이 나옵니다. 콧방울 바로 옆 부분을 30초 정도 눌러주기를 10회 가량 반복합니다.
대응7. 코가 쓰라릴 때는 물로 씻어준다.
코감기가 심할 때 가장 곤혹스러운 것이 코 밑 쓰라림인데, 계속 휴지로 풀다 보면 코 밑이 벌겋게 되고 헐어버립니다. 아이도 고통스러워하고 물에 닿을 때마다 아파해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때에는 휴지보다는 물티슈로 코를 풀거나 차라리 물로 씻어내는 편이 코의 자극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그래도 코밑이 아파 힘들어할 때는 바셀린을 발라 주는게 좋습니다. 면봉에 묻혀 얇게 펴 발라주면 통증이 한결 나아집니다.
증상2. 기침
기관지가 자극을 받아 수축하면서 나타나는 것이 기침입니다. 기침 증상을 호전시키고 싶다면 기관지를 자극하는 상황을 최대한 없애줘야 합니다. 기도가 차가워지지 않도록 따뜻한 물을 먹이고, 기관지를 보호할 수 있도록 옷을 따뜻하게 입히는 것이 기본입니다.
대응1. 상체를 조금 높여주면 가래가 잦아든다.
기침이 심하면 이불 밑에 타월을 깔아 조금 경사지게 해 아이를 눕힙니다. (머리가 높아야 합니다.)기관지가 경사를 이루어 가래가 좀더 잘 배출됩니다. 젖먹이거나 이유식을 먹는 어린아이는 기침이 심해지면 울컥 토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때 쓸 때 토할 때 까지 우는 것을 생각해 보시면 이해하기 좋습니다.)
따라서 어린아이들이 기침이 심할 때에는 눕히지 말고 상체를 세워 안아 편하게 호흡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합니다. 손바닥으로 가볍게 등을 쓸어주면 기관지에 고인 가래가 어느 정도 잠잠해집니다.
대응2. 기침 가라앉히는 식품을 활용한다.
도라지는 당분과 섬유질, 칼슘, 철분이 많은 알칼리성 식품으로 기침감기에 효과적입니다. 쌀뜨물에 담가두었다가 적당한 크기로 썰어 볶아 먹어도 좋습니다. 목이 부어 있을 때 도라지청을 따뜻한 물에 우려 마시거나 입안을 헹구어도 좋습니다. (다만 식욕이 많이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잘 먹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리 미리 도라지 물을 우려먹이는 것도 아이 건강에 좋습니다.)
은행도 기침 완화에 효과가 좋은 식품으로, 은행에 함유된 카로틴 성분이 감기 예방 효과가 있습니다. 껍질 채로 볶아서 손으로 살살 비벼 껍질을 벗긴 뒤, 매일 저녁 한 알씩 먹이면 좋습니다.
또 믹서에 무, 무청, 연근, 사과를 넣고 갈아서 주스로 먹여도 좋습니다.
대응3. 호흡기를 자극하는 요소를 없앤다.
기관지는 온도와 습도에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특히 건조한 공기는 호흡기 점막을 자극하게 됩니다. 가습기를 틀어 실내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이건 집 환경마다 다른데 습도를 너무 일정하게 고정하면 안 좋을 수도 있으니 내 아이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조절하시는게 좋습니다.) 실내에는 먼지와 곰팡이가 없도록 늘 청결하게 유지합니다.
심한 가래는 물로 다스립니다. 가래가 끓을 때 물을 많이 마시면 가래가 묽어져 목 안이 한결 편해집니다. 기침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효과가 있는 식품을 이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대응4. 감기사탕도 도움이 된다.
기관지가 자극 받을 때에는 감기사탕을 먹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어린이용 목캔디도 있는데 부모님의 호불호에 따라 선택이 많이 갈립니다.
대응5. 처방받은 패치도 효과적이다.
몸에 붙이는 패치도 기침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어 약 먹기를 거부하는 아이에게 효과적입니다. 아이가 심한 기침이나 기관지염으로 고생할 때 병원에서 기관지 패치를 처방해 주기도 합니다. 피부를 통해 기관지 확장제 성분을 흡수시켜 기침을 멎게 해주는 것입니다.
기관지 패치는 내복약에 비해 지속력이 높은 편입니다. 몸에 패치를 붙일 때는 피부 부위를 깨끗하게 닦아 잘 떨어지지 않도록 합니다. 일반적으로 아이 가슴 근처에 붙이지만 아이가 떼어낼 가능성이 있으면 등 쪽에 붙여도 됩니다.
Tip. 아이들 편도가 잘 붓는 이유
병원에 가면 입을 ‘아’ 하고 벌리게 한 다음 편도를 관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감기에 걸리면 유난히 목이 붓는 아이들이 있는데, 기침이 심해 침 삼키기도 힘들어하고, 음식도 잘 먹지 못하는 경우 대부분 편도가 부은 것입니다.
아이들은 유난히 편도가 잘 붓는데 이는 어른에 비해 편도선이 크기 때문입니다. 편도선은 제1차 면역기관의 역할을 하므로 몸에 침입한 바이러스와 열심히 싸우느라 붓는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편도가 부었을 경우 그 다음에 열이 며칠 날 수가 있으므로 병원에 가셔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의사와 상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은 아이가 감기 걸렸을 때의 주요 증상과 그 증상에 따라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좋을지 써 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그럼 아이를 괴롭히는 감기라는 나쁜 녀석들이 언제부터 활동하는지 간단하게 또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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