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아이들의 창의성
뇌가 활성화 되는 부분이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부분이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북미나 유럽 아이들보다 더 창의적일까요? 아마 이 질문에 대해 대다수는 아니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엄격한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자유로운 사고훈련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기에, 지식은 많이 습득할 수 있겠지만 창의성은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현실에서 수많은 새로운 신 기술은 대부분 유럽이나 미국에서 나오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유대인이 엄청난 비율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의 통계를 보면, 우리가 고정관념에 싸여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PISA는 2012년 ‘창의적 문제해결능력’ 부문을 신설했는데, 한국은 이 부문에서 조사국 중 2위를 차지했습니다. 우리 청소년들의 창의력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이라고 증명된 것입니다. 게다가 놀랍게도 1~7위를 창의성과 먼 주입식 교육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모두 차지했습니다. 싹 차지했죠. 창의성의 나라인 미국은 10위 밖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창의성이 높다면, 대학 이상의 고등기관에서 세계적인 기량을 뽐내야 할 것인데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창의적 성취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 점수와 국가 경제력에 비하면 기대 이하로 나타납니다. 노벨상을 타거나 세계를 주도하는 새로운 이론을 만든 경우도 매우 드뭅니다. 해외에서 한국인이 창의적인 글로벌 인재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평균 창의성만 높다.
그러면 왜 우리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창의성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 정작 세계 최고의 창의적인 인재들이 나타나지 못하는 것일까?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이 평가에서 우리 아이들이 거둔 성취도를 좀 더 면밀히 뜯어보면, 그 중 1가지 이유는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평균만 높을 뿐입니다. 최상위권인 5등급 이상 학생들의 비율로 순위를 다시 매기면, 우리 아이들의 창의성 순위는 20위로 떨어집니다. 미국의 경우 전체 평균은 우리보다 한참 낮지만, 최상위 학생의 비율은 5%나 많습니다. 물론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태어난 나라의 환경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세계를 주름 잡는 인재들은 최상위권 중에서도 최상위에 있는 인물들입니다. 상위 5%가 나머지 80%를 이끌고 나간다고 많이 이야기 나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교육은 그런 인재들을 길러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평균 정도의 수준을 하는 학생을 많이 양산해 내는 교육제도라는 사실을 역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창의성 평균은 높은 이유
그렇다고 평균이 높다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교육을 고르게 잘 받았다는 이야기도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와 동아시아 국가들이 창의성 평균에서는 다른 선진국들을 앞설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우리는 보통 ‘주입식 교육’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전혀 그렇다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호주의 교육학자인 존 헤이티(John Hattie)는 교육방식의 효과성에 대한 논문 800개를 분석하여 교육의 효과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교사의 3가지 요인을 찾았습니다.
그것은 지속적인 피드백, 교육으로 전달하는 내용의 질, 그리고 반복 주입식 교육법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날 사교육 시장의 정점에 있는 인강 강사님들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끔 들어보면 논리적이며, 많은 연구를 한 흔적이 있고, 계속되는 반복을 합니다. 학생들의 공부를 대신해 주고 있는 것 같은 모습들이죠.
우리는 보통 ‘지식’이라는 말을 창의성이나 지혜와는 좀 동떨어진 개념, 때로는 반대 개념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창의성은 기존 지식이 없으면 꽃피지 못합니다. 만약 지식이 없이 창조성이 나온다면, 어린 아이들 때부터 뭔가를 창조하겠죠. 부모의 도움이나 사회의 도움, 교육은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모짜르트도 어릴 때에 작곡한 곡은 후반부에 작곡한 곡과 굉장한 차이가 있고, 그 당시 기존의 곡보다 못한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꾸준한 정진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그를 천재 작곡가로 만든 것입니다. 또한 뉴턴이 자신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탔기’에 그런 놀라운 과학적 발견을 했다고 고백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머릿속에 무언가가 많이 있을 때에야 비로소 천재적인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있는 근본이 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영국의 천재 극작가 셰익스피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가 쓴 수많은 극 중에 유명한 작품이 너무나 많고, 500년이 지난 지금도 엄청난 사랑을 받고, 수많은 리메이크 작품, 음악, 영화, 드라마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 그는 어렸을 적에 철저한 반복 주입식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는 학교에서 100개가 넘는 라틴어 수사법을 반복적으로 암기했습니다.
셰익스피어 연구자인 렉스 깁슨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셰익스피어는 학교에서 배운 모든 것을 작품 어딘가에 활용했다. 그의 극적인 상상력은 오늘날의 우리가 쓸모없다고 여기는 암기와 반복적인 훈련에서 연료를 얻은 것이다.”
결국 많은 지식을 알게 해주는 동아시아의 주입식 교육이 아이들의 창의성 평균을 올려주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 추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것만으로는 창의성을 제대로 꽃피울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요즘같이 지식의 양이 무한대로 늘어나고 있는 이때에 이전과 같은 학교의 교육으로는 창조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여기 몇가지 이론들을 주장한 학자 두 명만 살펴보고, 그들의 이론들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살펴볼 예정입니다.
1) 하워드 가드너(하버드대학 교수, 다중지능이론 창시자)
창의성에 대한 하워드의 견해는 “첫째, 누군가를 창조적으로 만드는 것보다 창조적인 것을 막는 것이 훨씬 쉽다는 점입니다. 누군가 뭔가 새롭고 다른 일을 할 때마다 벌을 주면 됩니다. “다른 사람과 똑같이 하라”고만 하면 되죠.
둘째, 창의성은 사람의 능력보다는 성격이나 기질과 관련이 있다는 점입니다. 창의성은 도전하고 실수하고 스스로를 한번 바보로 만들어보며, 다시 추슬러 도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동아시아는 서구보다 규율이 강한 사회이고, 많은 사람이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이것은 창의성을 방해합니다. 하지만 실수를 두려워해선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되고, 늘 새로운 실수를 해야 한다는 것이죠.
“사람마다 지능의 향상 속도에는 차이가 있다. 이는 선천적인 두뇌 능력에 차이가 있다기보다는 두뇌계발 활동에 대한 흥미도나 적극성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이런 차이를 인정하되 각각의 아이를 비범하게 키우는 방법이 강점지능을 살리는 교육이다.”
다중지능이론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면, 인간의 지적 능력을 다양하게 바라보는 시각으로 인간의 다양한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고 개발시키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1970년대 말부터 학문적으로 체계화되기 시작했으며, IQ, EQ의 개념을 아우르고 단점을 극복하는 지능이론이 바로 다중지능이론입니다.
하워드 가드너는 어떤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언어 지능이나 논리 수학 지능만이 영향을 주는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두 지능만 지나치게 강조하고 다른 지능을 등한시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백인의 우월성을 나타내기 위한 이론이었다는 썰도 있답니다.)
가드너는 다중지능이론을 제안하면서 지능을 '한 문화권 혹은 여러 문화권에서 가치있게 인정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산물을 창조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하고 인간에게는 9개의 다양한 지능이 있으며 이를 통해 인간의 다양한 잠재력을 파악하고자 했습니다.
2) 말콤 글래드웰(신문기자, <티핑포인트> 저자)
빌 게이츠와 비틀스, 체스게임 챔피언들을 보면 한결같이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창의와 창조는 일정 시간 준비를 필요로 합니다. 예를 들어 창의적인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음악을 숙달해야 하며, 탁월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려면 먼저 바이올린을 잘 다뤄야 합니다. 일반적인 차원이 아니라 전문적인 수준에서 숙달돼야 하는 것입니다. 지식의 기초가 있어야 창의와 창조의 핵심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것에 대해 쓴 것이 아웃라이어에서 나오는 ‘1만 시간 법칙’입니다.
그런데 이 1만시간의 법칙이 그저 1만시간을 투자하면 한 분야에서 전문가적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웃라이어의 책 서두와 챕터1에서만 봐도 1만 시간 노력을 통한 재능의 발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환경과 특정한 나이, 그리고 어린아이들의 발육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성공하는 뛰어난 아웃라이어들의 특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아웃라이어에 대해서는 정리를 해보고자 합니다. 어쨌든 말콤 글래드웰이 쓴 5권의 책은 모두 뉴욕 타임즈 베스트 셀러에 오를 정도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습니다.
오늘은 평균적인 창조성이 높은 우리나라에 대해 잠깐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외국에 비해 어떤 부분이 부족한 가에 대해서 서론을 이야기 했습니다. 여기까지 보고 다음 시간부터는 좀더 자세히 들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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